학원물의 음지와 양지를 유쾌하게 버무린 신선한 독립영화 - 9.2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가 고작 배우 김고은이 출연한 영화여서 였다는게 우스울 정도로 김고은의 비중은 적다.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출연하지 않지만 각각의 배우들은 각각의 캐릭터들을 너무도 현실감 있게 연기하였고
마치 학창시절에 꼭 한명쯤 있을 법한 입체적인 캐릭터로 잘 소화해내었다.
오락성을 위해 고등학생들을 조폭처럼 잔인하게 설정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주인공이 강해져서 유쾌하게 복수를 한다는 비현실적인 설정 또한 없다.
마치 어디선가 실제로 일어났을 법하게 적당히 어둡고 적당히 유쾌하게, 그리고 소박하고 잔잔하게 전개해 나갔고
그런 작위적이지 않은면이 나로 하여금 몰입을 더하게 하였다.
물론 약간의 우연성이 가미되긴 하였지만 말이다.
영화의 기승전결에 굵은 사건은 없다. 중간중간 싸우고 즐기고 대화하며 물흘러 가듯 자연스레 캐릭터가 부각된다.
언 반년가량 주인공이 겪게 되는 짧은 성장영화이다.
같은 나이인 친구들을 통해 배우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배려해주고, 복수가 아닌 무시하는 법 또한 보여준다.
성인인 필자는 옛 생각도 나며 즐겁고 말끔하게 보았지만 이 영화를 꼭 청소년들이 보고 느끼는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창 웃고 떠들고 밝아야 할 아이들이 말이다. (사실 그 동안의 국내 성장영화엔 너무 폭력과 욕설 위주여서 석연찮은 부분이 잇었다.)
내가 이 저예산 독립영화를 보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신선'하다는 것이었다.
몇백억 들인 블록버스터 영화도, 메이져 배급사와 스타 배우가 출연한 영화에도 찾기 힘든 신선함이 분명 존재하였다.
정확하게 집어내긴 어렵지만 이 영화는 관객에게 직접적인 카타르시스를 전달하지 않았고, 예상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반전 또한 연출하지 않았다.
그저 극 현실적인 연출에 몇몇 개성있는 캐릭터로 영상 자체를 유쾌하게 잡아내었을 뿐이다.
독립영화의 이런 신선하고 약간은 과감한부분 어쩌면 상업영화와는 차별화된 이 부분이 관객으로 하여금 신선함을 가중시켰던 것 같다.
전혀 마이너하지 않았고 오히려 도장 찍어내 듯 일정한 규칙에 맞춰 배급되는 메이져 영화들이 보고 배워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간만에 오락성과 작품성 두 가지 부분을 만족한 아주 개운한 영화였다.
이 감독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