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사람들은 '틀리다'와 '다르다'를 혼동하여 사용하곤 한다.
워낙 빈번히 틀리기 때문에 방송에서도 육성으로는 '틀리다' 라 말하고
자막으로는 그것의 정확한 뜻을 바로잡아 '다르다'고 표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언어적 정의의 혼동이라 생각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그것뿐만은 아닌 것 같다.
언어적 정의 역할의 혼동 이외에도. 그 뜻을 충분히 알면서도 사람들은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고 지속해서 배워왔지만 사람들은, 아니 나 또한
다른 것을 틀리다고 옳지 않다고 쉽게 판단해 버리는 것 같다.
일인칭 시점으로 너무 익숙해져 뿌리박혀버린 가치관이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스스로 옳다고 정립하고,
부실한 변명의 응집체들로 자기 세뇌 또는 자기 위안을 일삼기 때문은 아닐까?
이러한 생각이 들게 된 계기는 새로운 환경 혹은 여러 기회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나와 다른 사람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다양성을 표면적으로는 인정하지만 가슴속으로는 부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사는 삶의 방식이 아주 옳으냐고 한다면 당당하게 '그렇다'고 할 배짱도 없으면서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 또한 대체로 자기중심적으로 치우쳐 사고하기 때문에
내 마음의 안정과 위안을 위해 편협한 생각으로 자기 객관화시키곤 한다.
스스로 내리는 자기객관화가 객관성이 있을 리 없다.
요컨대'보고 싶은 방식으로, 보고 싶은 세상만 보는 것' 처럼 말이다.
그간의 다양한 사건들과 여러 사람과의 마찰에서 줄곧 스스로 정당화시키고 다른 사람들이
'다름'을 줄곧 '틀림'으로 부정해 오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었다.
문제의 원인이 100% 나에게 있다고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왜곡된 시선이 나에게 있었음을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자신의 좌우명처럼 세상에 정해진 답은 없다.
그 누구도 답의 옳고 그름을 왈가왈부하여 판단할 자격을 갖출수는 없기 때문이다.
답 없는 세상인 만큼 다양성을 쿨하게 인정하고 배려심 깊게 포용해야 하는데 난 아직 그 그릇이 많이 부족한가 보다.
아직 많이 겁내고, 아직 많이 눈치를 보고 아직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또한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그 동안 이렇게 살아왔는데 내가 이렇게 꽉막히게 살아왔다는걸 찬바람 맞으며 달리다가 이제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지금이나마 자각한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