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think/culture2014. 5. 12. 16:04

her




만질수도 볼 수도 없는 그녀를 사랑하는 과정.  낯선 익숙함,  섬세한 심리묘사에 찬사를 보낸다.    - 9.6




모두들 스마트폰과 유사한 정체모를 디바이스를 바라보며 혼자 주저리 주저리 떠들고 다니는 장면은 

현재 대중들의 스마트폰 중독현상과 표면적으로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미래라고 생각한다.

이 미친듯 익숙하면서도 말도 안되게 창의적인 설정의 양면성은 보는 내내 유쾌하면서 시어도르 만큼이나 관객들을 묘하게 만든다.

극 속 전개는 매우 친절하게 비유와 상징을 통해 두 남녀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실재하는 어느 여인과의 짧은 폰섹스와 프로그래밍 되어 전자신호르 존재하는 OS 사만사와의 섹스는 음성으로서 교감한다는 점에서 놀랍도록 흡사하였고

나체의 만삭 여인은 만지는 것은 물론 임신할 수는 더더욱 없는 사만사와 대조적이다.

오랜 처와의 결혼생활의 1년간의 동거후 어두운 인생을 살아가는 시어도어는 방황한다.

친구들과 교류하려 애쓰지 않고, 그저 홀로 게임을 즐길 뿐이다. 우연찮게 들어온 데이트 기회도 순간의 쾌락을 원할 뿐 정서적 교감은 그닥 원치않는 눈치다.


그러한 그에게 일종의 테스트처럼 인간과 매우 흡사한, 어쩌면 인간보다 월등한 존재 OS사만사가 등장한다.

약간은 허스키한 목소리와 유머러스한 화법, 인터넷을 통한 놀랍도록 넓은 정보력과 학습력은 대화할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거기에 숨소리까지 더해진 그녀의 목소리는 시어도르에게 한 인격체로 착각되기에 충분하였고 더 나아가 감정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고객을 대신하여 형식적인 거짓과 달콤한 미사여구로 손편지를 써주는 시어도르와 실제 감정이란 것이 있을리 만무한 코드 언어의 그녀는 보다 높고 낮은 차원에서 일맥상통한다.

사람과 사람이 연애를 하든, 사람과 기계가 연애를 하든, 우리는 그 속을 알 수 없다. 

만약 사만사가 어느 먼 나라의 실재하는 인간이라고 거짓을 말하고 계속 음성으로서 대화하였다면

그 속을 알턱이 있었을까? 

우리는 단지 표현, 즉 겉을 보고 판단할 뿐이다. 그만큼 속이기도 쉽고, 착각에 빠지기도 쉽다.


영원할 것 같던 둘의 인연은 오래가지 못하고 끝난다. 




글쓰는 도중에, 어쩌면 한번의 관람으로 이 영화의 리뷰를 쓰기엔 너무도 철학적인 내용이라 내가 감독의 의도를 반절이나 이해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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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think/culture2014. 5. 3. 02:24

봄날은 간다





봄은 온다, 그리고 간다. 사랑은 또 다시 올테고... 또 다시 갈 것이다.     - 9.4




이 아름다울 것 같은 영화를 한 단어로 수식한다면 '씁쓸함' 일 것이다.


두근두근 설레는 봄날은, 언젠가 간다.


변심한 은수를 그 누구도 욕할 수 없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애담이다.


자연스럽게 눈이 녹고 봄이 찾아오듯 이 둘의 사랑또한 자연스레 찾아왔다.


그리고 웬만한 스릴러 영화보다 잔인하고 지독히 담백하게 이별은 찾아온다. 


물론 전혀 극적이지도 않고, 오열하는 장면따윈 찾아볼 수 조차 없다.


덤덤히 이별을 받아들였던 상우는 하루종일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가슴 아파하지만, 다시 돌아온 은수를 받아주지 않는다.


이 둘이 즐겨먹던 라면처럼 사랑은 어느새 인스턴트가 되어버렸다.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이별한다.


영원한 것이 있을까?


가슴이 아려오지만 우리네 삶의 사랑은 이렇다.


건조하고 무덤덤하고 지극히 평범하지만.. 사랑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찾아오고 대수롭지 않게 끝나곤 한다.


상우는 그렇게 사랑하고 지질하게 매달렸었던 은수가 찾아옴에도 받아주지 않지만


그녀와 함께 하였던 아름다웠던 순간을 추억하며 엔딩크레딧은 올라간다.




참, 씁쓸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봄날은 그저 갈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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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quiet_enough
_think/culture2014. 5. 1. 01:22

네버다이 버터플라이






학원물의 음지와 양지를 유쾌하게 버무린 신선한 독립영화  -  9.2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가 고작 배우 김고은이 출연한 영화여서 였다는게 우스울 정도로 김고은의 비중은 적다.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출연하지 않지만 각각의 배우들은 각각의 캐릭터들을 너무도 현실감 있게 연기하였고


마치 학창시절에 꼭 한명쯤 있을 법한 입체적인 캐릭터로 잘 소화해내었다.


오락성을 위해 고등학생들을 조폭처럼 잔인하게 설정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주인공이 강해져서 유쾌하게 복수를 한다는 비현실적인 설정 또한 없다.


마치 어디선가 실제로 일어났을 법하게 적당히 어둡고 적당히 유쾌하게, 그리고 소박하고 잔잔하게 전개해 나갔고


그런 작위적이지 않은면이 나로 하여금 몰입을 더하게 하였다.


물론 약간의 우연성이 가미되긴 하였지만 말이다.


영화의 기승전결에 굵은 사건은 없다. 중간중간 싸우고 즐기고 대화하며 물흘러 가듯 자연스레 캐릭터가 부각된다.


언 반년가량 주인공이 겪게 되는 짧은 성장영화이다.


같은 나이인 친구들을 통해 배우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배려해주고, 복수가 아닌 무시하는 법 또한 보여준다.


성인인 필자는 옛 생각도 나며 즐겁고 말끔하게 보았지만 이 영화를 꼭 청소년들이 보고 느끼는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창 웃고 떠들고 밝아야 할 아이들이 말이다. (사실 그 동안의 국내 성장영화엔 너무 폭력과 욕설 위주여서 석연찮은 부분이 잇었다.)


내가 이 저예산 독립영화를 보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신선'하다는 것이었다.


몇백억 들인 블록버스터 영화도, 메이져 배급사와 스타 배우가 출연한 영화에도 찾기 힘든 신선함이 분명 존재하였다.


정확하게 집어내긴 어렵지만 이 영화는 관객에게 직접적인 카타르시스를 전달하지 않았고, 예상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반전 또한 연출하지 않았다.


그저 극 현실적인 연출에 몇몇 개성있는 캐릭터로 영상 자체를 유쾌하게 잡아내었을 뿐이다.


독립영화의 이런 신선하고 약간은 과감한부분 어쩌면 상업영화와는 차별화된 이 부분이 관객으로 하여금 신선함을 가중시켰던 것 같다.


전혀 마이너하지 않았고 오히려 도장 찍어내 듯 일정한 규칙에 맞춰 배급되는 메이져 영화들이 보고 배워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간만에 오락성과 작품성 두 가지 부분을 만족한 아주 개운한 영화였다.


이 감독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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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quiet_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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