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01 11:15 lotte cinema real D
Life of Pi - 스포일러 포함
원작을 읽지 않았다면 이 영화의 예고편과 포스터만 보고 뻔한 동물과 인간의 우정이야기라 착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극장안엔 아이들과 동반한 가족단위의 관객들이 많았다.
물론 <아바타>에 버금가는 영상미와 영화의 전반적인 쉬운 플롯으로 아이들이 관람하기에도 무리가 없었겠지만
이 영화의 별미는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 안에 내포된 비유와 상징 그리고 감독의 메시지였다.
난 이 영화의 키워드를 종교, 진실과 믿음, 자아의 성찰 이렇게 세가지로 분류하고 싶다.
예상외로 주인공의 성장기를 비중있게 다루었던 영화의 초반부는 주인공의 성격과 가치관, 신앙, 부모님으로의 영향을 보여준다.
2시간의 다소 긴 러닝타임에 파이의 성장기를 비중있게 다룬것은 배가 조난된 이후 행동의 인과 관계로써의 역할을 한다.
러닝타임의 2/3가량인 바다위 작은 구조선위의 호랑이와의 사투와 생존과의 사투가 파이의 입을 통해서 소설가에게 전달되어진다.
진실은 유일하게 파이 혼자만이 알고 있고 그 장대한 스토리의 증거물은 모두 뿔뿔히 사라져 바다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무엇을 믿느냐하는 선택은 본인의 자유이다. 의심을 할 수도 그 동화같은 스토리를 곧이 곧대로 믿을 수도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증명해낼 수 없는 지난 일이지만, 무엇을 믿고 싶어하는 지는 사람에 따라 판이하게 갈릴 것이다.
한 소년의 성장기, 한 사건을 통한 파이의 변화, 그리고 그 커다란 경험을 통해 파이가 신앙에 임하는 자세를
마지막 20분에 함축적이고 상징적으로 빗대어 보여준다.
아마도 이성주의자인 아버지 아래 자라온 파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여러 종교를 간직한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가지 종교만을 갖는데 파이는 그렇지 않은 이유를 포함-
살아가는 것은 이 영화를 통해, 혹은 영화속에 등장하는 소설가에게 건내는 파이의 대사를 통해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엔 여러 곳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 사실관계의 전부를 알 수는 없다.
그래서 믿고싶은 것을 기호에 맞게 상징적으로 혹은 각색하여 믿기 마련이다.
나는 이 영화에서 파이의 스토리텔링하는 과정, 이성주의자인 아버지 아래에서 꿋꿋이 신앙을 하는 논리적인 이유를 위와 같은 맥락으로 생각한다.
오픈된 결말이다. 관객들은 각자 믿고싶어하는 진실을, 각자 원했던 결말을 정한 채 그 인과과정을 유추한다면 그거야 말로 진정한 기호에 맞는 해피엔딩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와 소설의 공통점이겠지만 이야기란 허구고, 허구는 거짓말이다.
우리는 모두 거짓을 '나쁨'으로 '악'으로 규정짓지만 그렇다한들 무슨 소용이랴.
거짓이라 한들 우리의 마음의 안정을 주고 믿음을 심어준다면 그 또한 쓴 약일 수 있음을 감독은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오랜만의 본 입이 벌어지는 아름다운 영상미 -혹은 상상- 의 분량에 대조적으로 매우 적은 현실일 수 도 있는 짧은 변명 -사실관계는 알 수 없다- 의 대비로
아름다운 거짓 -필자는 거짓이라 추측하고 있다.- 과 우리가 종교에 임하는 자세의 상관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의미깊은 영화라 생각하며 리뷰를 마감한다.
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