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의 전쟁> - 스포일러 포함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그다지 친절한 영화는 아니었다.
그들의 직업이 무엇인지도 어떻게 맺어진 인연인지의 회상장면도 나이는 몇 살즈음이나 되었는지도 가늠할 수 없다.
단지 하나의 에피소드를 정직하게 시작부터 러닝타임이 끝날 때 까지 자연스레 보여준다.
스토리에 기승전결이 있다면 이영화는 기승전에서 끝나는 듯한 약간은 당황스러운 전개의 영화다.
나는 이 영화에서 독립영화에서나 볼 듯한 참신함을 보았다.
캐릭터 자체는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자주 접할 수 있는 그런 인간상은 아니지만 묘하게 몰입되었다.
만약 우리 동네에 양아치가 존재했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정도 였으리라.
통상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캐릭터들의 용맹무쌍함이나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주인공의 특출한 능력 또한 이 영화에선 보이지 않았다.
포스터에선 굳이 찌질함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세상사 마음대로 되지않는 찌질함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약간은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가 오버랩 되기도 하였다.
<개들의 전쟁> 이라는 타이틀과 네이버 영화정보를 보았을 때 내가 기대했던 장르는 느와르 혹은 남자들의 땀냄새 나는 거친 액션 영화였지만
막상 까보니 그런 장르의 상업성 영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인지 너무도 반가웠다. 영화속엔 식스센스급 놀라운 반전이 존재하진 않았지만 매 장면장면이 내겐 예상치 못한 반전 투성이었다.
영화를 다 감상하고 느낀점은 이 영화는 극적인 요소를 이용하여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자 하는 기존의 장르성 영화들과는
과감하게 차별화를 두어 캐릭터 설정부터 사건의 전개 상황까지 정말 있을법 한 리얼리티에 중점을 두어 연출되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점이 이 영화가 그닥 참신한 소재와 스토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던 무기였다.
태권도부 출신의 막내가 하는 발차기보다 훨씬 우스꽝 스러웠던 동네 패거리의 두목 상근의 발차기에서도
통쾌한 복수를 하려는 장면에서도 마음이 약해져 서로 갈등하고 아웅다웅하고 투표를 하는 장면 조차도 대중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러한 연출을 의도적인 코믹연출이라고 생각치 않는다. 분명히 그 장면이 웃기긴 하나 코미디 영화라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그 상황에서라면 아마 나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휴머니티가 살짝은 돋보였기 때문이다.
가볍게 볼만한 영화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결말을 유쾌하게 결말지은 이 영화는 결국 감독이 관객들에게 무엇을 던지고자 하는지는 받아들이기가 난해했다.
후속이 나올 것 같은 여운과 기대감 또한 없었고 특별히 떠날데도 없는 그들이 저질러 놓은 일들에 대한 뒷 수습도 하지 못한채 엔딩크레딧이 올라가 버렸기 때문이다.
캐릭터성과 뻔하지 않는 긴장감 있는 상황연출에 몰입감을 높일 수는 있었지만, 이도저도 아닌 마치 결말을 정해놓고 촬영을 시작한게 아닌 촬영을 하다보니 결말을
흐지부지 급 수습한 것 같은 애매한 느낌이어서 극 초반부터 끌고간 재미와 기대감을 급 다운시킨 점은 이 영화의 큰 단점이라 생각한다.
감독의 첫 영화치곤 수작이라 생각하지만 앞으로 소재와 시나리오들을 조금 더 보완한다면 다음 영화는 더욱 기대가 되리라 생각하며 리뷰를 마친다.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