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질수도 볼 수도 없는 그녀를 사랑하는 과정. 낯선 익숙함, 섬세한 심리묘사에 찬사를 보낸다. - 9.6
모두들 스마트폰과 유사한 정체모를 디바이스를 바라보며 혼자 주저리 주저리 떠들고 다니는 장면은
현재 대중들의 스마트폰 중독현상과 표면적으로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미래라고 생각한다.
이 미친듯 익숙하면서도 말도 안되게 창의적인 설정의 양면성은 보는 내내 유쾌하면서 시어도르 만큼이나 관객들을 묘하게 만든다.
극 속 전개는 매우 친절하게 비유와 상징을 통해 두 남녀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실재하는 어느 여인과의 짧은 폰섹스와 프로그래밍 되어 전자신호르 존재하는 OS 사만사와의 섹스는 음성으로서 교감한다는 점에서 놀랍도록 흡사하였고
나체의 만삭 여인은 만지는 것은 물론 임신할 수는 더더욱 없는 사만사와 대조적이다.
오랜 처와의 결혼생활의 1년간의 동거후 어두운 인생을 살아가는 시어도어는 방황한다.
친구들과 교류하려 애쓰지 않고, 그저 홀로 게임을 즐길 뿐이다. 우연찮게 들어온 데이트 기회도 순간의 쾌락을 원할 뿐 정서적 교감은 그닥 원치않는 눈치다.
그러한 그에게 일종의 테스트처럼 인간과 매우 흡사한, 어쩌면 인간보다 월등한 존재 OS사만사가 등장한다.
약간은 허스키한 목소리와 유머러스한 화법, 인터넷을 통한 놀랍도록 넓은 정보력과 학습력은 대화할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거기에 숨소리까지 더해진 그녀의 목소리는 시어도르에게 한 인격체로 착각되기에 충분하였고 더 나아가 감정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고객을 대신하여 형식적인 거짓과 달콤한 미사여구로 손편지를 써주는 시어도르와 실제 감정이란 것이 있을리 만무한 코드 언어의 그녀는 보다 높고 낮은 차원에서 일맥상통한다.
사람과 사람이 연애를 하든, 사람과 기계가 연애를 하든, 우리는 그 속을 알 수 없다.
만약 사만사가 어느 먼 나라의 실재하는 인간이라고 거짓을 말하고 계속 음성으로서 대화하였다면
그 속을 알턱이 있었을까?
우리는 단지 표현, 즉 겉을 보고 판단할 뿐이다. 그만큼 속이기도 쉽고, 착각에 빠지기도 쉽다.
영원할 것 같던 둘의 인연은 오래가지 못하고 끝난다.
글쓰는 도중에, 어쩌면 한번의 관람으로 이 영화의 리뷰를 쓰기엔 너무도 철학적인 내용이라 내가 감독의 의도를 반절이나 이해했을까 싶다.